2010년도 제 10 회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 수상작

- 잊혀진 시간의 회복 -

주제

잊혀진 시간의 회복

‘잊혀진 시간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2010 공간대상 제10회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이 지난 10월 26일 최종 공개 심사를 갖고 수상작을 선정, 발표했다. 박기준(디자인그룹 KDA 소장)과 전성은(세상숲 건축도시네트워크 소장)이 공동 심사를 맡은 이번 공모전의 과제는 중명전의 복원 및 보존에 대한 실내건축적 접근’으로, 실내 공간의 보존과 활용을 새롭게 해석하는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의 보존과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중명전이라는 구체적인 건물을 제시, 이에 접근하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기대하고 시상 범위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전은 기존 실내건축상과 차별성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총 84명이 참가 등록해 1차 심사에서 6팀이 선정됐고, 2차 공개 심사를 통해 대상 없이 최우수상 2팀, 특선 2팀, 입선 2팀을 내는 데 그쳤다.

박기준 소장은 공개 심사에서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며, “프레젠테이션과 패널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통일감 있고 설득력 있게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은 소장은 최종 심사평에서 “역사성, 지역성, 사건, 기억, 심리 등이 전반적으로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었고, 그것으로부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려는 흔적이 대다수의 출품작에서 보였으나, 아이디어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전시 프로그램 계획에서 벗어나지 못해 본질적인 도시, 건축, 실내, 생활, 기억, 연결고리와의 결여 현상을 보여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을 보였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한 “자신들만의 인식의 눈과 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끝까지 완성시키는 치밀함을 가지길 바라며, 그 시간과 장소의 무늬를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것을 드러내는 데 급급해 본질적으로 다루어야 할 바탕과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는 말로 심사를 마무리했다.

제10회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 수상작들은 11월 3일 시상식을 거쳐 9일까지 소극장 공간사랑(공간 사옥)에서 전시됐으며, 공간대상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전시를 계속할 예정이다.

<권미주 기자>

심사평

박기준
디자인그룹 KDA 소장

전성은
세상숲 건축도시네트워크 소장

공모전 주제가 부담스러웠는지 출품수가 적어 아쉬웠다. 실내건축이란, 빛 속에서 보이는 매스를 분해하고 재배치해 완벽한 조합을 만드는 작업이다. 배치 과정에서 입방체, 사면체 등 빛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요소를 생각하고, 그 위에 색을 입히고 인위적인 광원을 더해 실용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요소를 정리하고 재배열하는 과정에 새로운 구법을 만드는 것 또한 공모전이 요구하는 특수조건이다. 스케치, 콘셉트, 모형, 다이어그램, 컴퓨터 작업 등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는지 반성해본다.

글 박기준(디자인그룹 KDA 소장)



학생 대상 공모전의 주제는 차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될 재목들에게 이 분야에서 꼭 알아야 할 기본 지식, 기술에 대한 접근법과 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방법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논제를 던지고, 그 논제에 반응하는 신선한 해석들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들은 기대에 많이 못 미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주제가 학생들에게 다소 어려웠던가 하고 위안을 삼아보려 해도, 잊힌 시간의 기억을 찾는 방법에서 대다수의 출품작이 전시관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본질적인 도시, 건축, 실내, 생활, 기억, 연결고리와의 결여 현상을 보였다. 조사와 분석 면에선 역사성, 지역성, 사건, 기억, 심리 등이 전반적으로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었고, 그것으로부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려는 흔적이 대다수의 출품작에서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집·분석 후 아이디어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단지 전시 기획 디자인에 치우쳐버린 경우가 많아 프로그램의 다양한 접근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을 보였다. 더욱이 본질적인 건축은 물론 실내건축에서 다루어야 할 공간마저 전시관의 기획전처럼 테마 전시관 디자인으로 국한되면서 그 공간이 어디서, 무엇에 의해 비롯되었고, 왜 이곳에 기억을 담고자 하는가, 무엇을 환원하고자 하는가 하는 대제를 간과하는 오류를 쉽게 드러내는 작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추상적 지성, 습관적 접근만으로는 새로운 인식을 제시할 수 없다. 인식이라는 것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식이란 그 존재는 이미 있었고 그것을 세심함으로 보는 발견이요, 본질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을 끄집어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차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몫이 아닌가 한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서 본 지원자들의 인식의 눈이 기존 잣대에 국한되어 있음이 안타까웠다. 자신들만의 인식의 눈과 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끝까지 완성시키는 치밀함을 가지길 바라며, 그 시간과 장소의 무늬를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것을 드러내는 데 급급해 본질적으로 다루어야 할 바탕과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

글 전성은(세상숲 건축도시네트워크 소장)

해제

잊혀진 시간의 회복

접근방법
대상 건물의 역사적 배경과 주변 도시환경을 고려한다.
실내 공간의 보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다.
실내 건축 디자인을 통해 잃어버렸던 시간을 회복한다.
실내 공간의 기능은 임의로 정하되 시대성을 반영한다.

공모취지
대다수의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은 그 위치의 상실이나 기능의 상실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중 공감되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건축물들은 보존 내지 복원작업을 통해 그 생명을 연장받는다. 이런 보존적 가치를 갖는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도시에 대한, 또는 그 지역의 기억’이다. 이러한 건축물의 생명 연장 방법에서 그 외부 모습의 복원이나 보존이 사람들의 잠재적 기억 속에 건축물 그 자체 즉, 외피가 갖는 물성적 가치, 고정화된 기억이라면, 내부는 그 건축물 안에서의 ‘생활의 기억’이다. 이는 시간에 따라 변화를 갖는 인간이 호흡하는 숨 쉬는 기억이자 건축물 안에서의 시대 흐름에 따른 생활 흔적의 축적인 동시에 진행형의 역사가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의 보존이나 복원 문제에 있어서 실내건축이 갖는 가치는 매우 크다. 실내는 단순한 시각적 기억을 넘어, 사람들이 직접 호흡하고, 만질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좀 더 가깝게 건축물의 가치를 인지하고 연장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공간이 된다.

유럽 등 서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대, 중세 시대의 건축물을 넘어 모더니즘 건축물까지도 보존의 대상이 되고 그것이 기념물이 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천년 이상의 고대도시에 뿌리를 둔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현대화에 따른 엄청난 변화를 겪었으며 가장 활동적인 도시 중의 하나인 서울을 수도로 갖고 있다.

새로운 서울이 맞이한 변화의 격동기에 기존의 역사적 의의가 있는 건물의 존속가치에 대한 제고와 무차별 소멸에 대한 우려 앞에서, 우리는 그 보존과 복원의 차원으로 이러한 건축물들을 실내건축의 관점에서 보는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느끼며 작금의 시대적 요구에 알맞은 주제를 제시한다.

각 시대의 과거 생활을 담은 시간의 켜와 현재 생활의 흔적이 도래할 미래에 그 건축물의 보존적 가치를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는 우리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주제해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대한민국은 국가적으로 굴곡 많은 시간의 켜를 떠안아야 했다. 그 시간의 켜를 간직하고 있는 조선 말기-대한제국, 이른바 근대시기 국정의 중심은 서울 도심에 있는 정동의 덕수궁이었다. 덕수궁 일대의 정동 도시 풍경은 지금도 여전히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최근 원형복원 작업이 한창인 중명전 역시 당대의 시간을 담고 있는 근대의 건축 유산이라고 할만하다.

중명전은 현재 주한미국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의 넓은 터가 가운데 놓여 있어 덕수궁과 단절되어 있지만, 건립될 당시 덕수궁은 이 건물까지를 포함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다. 중명전은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을 잇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고종황제가 도서관으로 사용했던 건물이자 덕수궁 안의 최초의 근대 건축물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이처럼 복원 보존의 가치를 내세우는 건물들이 담고 있는 시간의 흔적은 대부분 외모를 지키는 선에서 타협을 해왔다. 그러나 진정한 복원을 의미하는 ‘시간의 회복’은 겉에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실내건축 디자인의 공간 보존에 대한 해석이 기존의 시각에서 보다 넓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근대에 주목하는 것은 이 시대의 문화적 정체성과 직접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주목이 단순히 건물의 외형적 모습이나 장소의 기록에만 멈춰 있지 않고 내부 공간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중명전을 통해 그 같은 의식을 확인하고, 그 안에 담겨 있을 ‘잊혀진 시간을 회복’하는 실내 공간 디자인을 과제로 던진다. 앞에 예시된 접근방법을 통하여 응모자들이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 여행을 체험하기 바란다.

대상

이번 공간대상 학생상은 기존보다 더 많은 작품을 뽑아 시상과 전시를 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응모작의 제안이 공모취지와 주제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많아 공개심사에 올릴 입상 후보작이 6작품으로 줄어든데다, 후보작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게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제안을 찾지 못해 애석하게 대상을 뽑지 못하고 대신 최우수상을 2점 선정했습니다. 이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응모한 모든 학생들의 노고에 응원과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심사위원 박기준(디자인그룹 KDA 소장), 전성은(세상숲 건축도시네트워크 소장)

최우수상

주재영, 양나래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실내건축학전공

주관적 역사의 반영

같은 현상을 겪고도 나의 기억과 타자의 기억은 다르다. 하지만 나와 타자, 둘 중 어느 하나의 기억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대한제국시대를 기억하는 것, 일본이 기억하는 것, 전 세계가 기억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다. 다양한 시각을 이용해 과거의 역사를 다시 보는 방법으로 거울이라는 재료의 물성을 이용해 중명전을 ‘기억의 박스(box)’로 재구성했다. 나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면 다양한 시선이 주위를 둘러싼다. 왜곡되고 변형된 나의 모습을 통해 자기반성과 성찰을 갖는다. 나는 타자가 됨으로써 스스로를,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내부 공간의 오브제적 성격을 띠는, 대한제국 시절을 대표하는 문들은 단순한 통로를 넘어 역사가 지나온 길들과 거쳐야 했던 관문들을 의미한다. 영은문, 독립문, 한성전기회사, 중명전, 비넨호프 회의장 입구. 대한제국의 희망과 절망, 포지티브(positive)와 네거티브(negative)를 담고 있는 이 5개의 문을 시대 순으로 배열했다. 역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처럼 관람자는 자연스레 유도되는 동선을 통해 모든 관문을 통과하며 이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공간 내러티브 _ 정면의 거울 벽면은 관람객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건물 외부 파사드에서의 수직·수평선과 다른 내부 벽체의 사선을 통해 관람자는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지상층의 영은문부터 지하의 비넨호프 국회의사당 문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체험하면서 어느 하나의 역사도 제외하고 건너뛸 수 없으며, 네거티브 역사와 포지티브 역사 모두 우리가 지나온 길이며 우리의 역사임을 인식하게 된다.

중명전 내부 공간의 거울에 비친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한다. 역사에 대한 재인식과 스스로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네거티브 유산을 포함한 우리 문화유산들을 왜곡 없이 후손들에게 보전하고자 한다.

이보현, 이동훈
숭실대학교 대학원 실내디자인학과

흔적, 몸 그리고 重銘殿

중명전이 존재한 동안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는 중명전이 겪은 사건이 함께 있다. 사건들은 중명전에 묻어서 생긴 자리를 남긴다. 시간이 지나 그 자리엔 소복이 먼지가 쌓인다. 그곳의 먼지에 손조차 대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중명전이 지나온 시간과 사건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잊혀진 시간, 그 자국, 그 흔적. 시간의 흐름과 무수한 변화 속에서 무언가를 보존한다. 그 보존은 무엇을 의미하며 진정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는 어디에 담겨 있는지 생각했다. 기존의 보존 방법은 박제 작업에 가까웠다. 진정한 보존은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오래된 것을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존에 대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작업의 성격을 세 가지 키워드로 규명했다.

첫 번째는 흔적이다. 이 작업은 이야기와 흔적을 찾아내, 중명전이라는 물리적 조건 안에서 흔적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모든 작업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이다. 흔적은 또한 중명전(重銘殿, 흔적이 새겨진 중명전)에서 프로그램의 기능으로 자리한다. 두 번째는 몸이다. 고종의 존재, 고종의 움직임, 그들의 손길, 그들을 말해주는 오브제. 이러한 것들을 쫓아보며 몸이 갖고 있던 현상과 문학적 의미, 담론적 의미들을 재생하는 작업이다. 과거의 흔적을 재현이 아닌 체현함으로써 의미를 부여했다. 몸은 동선이기도 하고 추상적·문학적인 상상력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팰림세스트(palimpsest)다. 기존 공간을 다시 보게 하는 작업이다. 팰림세스트는 글자를 지운 흔적 위에 다시 쓴 글이 겹쳐 또 다른 의미로 보인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체현하고자 한 사건들이 있다. 이 사건들은 흔적 작업에 의해, 실제 문헌들에서 발췌한 텍스트에 의해 정해졌다. 기존의 중명전이 시간의 회복으로 하여금 중명전(重銘殿)이 되었을 때, 그때 사람들은 공간을 흔적으로써 인지하고 몸소 활용, 그것을 개인의 기억 또는 공동의 기억으로 집적해 보존의 의미를 완성해가게 된다.

우수상

금년에는 우수상 수상작이 없고, 대신 특선작을 입선작 페이지에서 소개합니다.

입선

김민중,박현아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디자인학과 전시디자인전공

특선: 기억의 반영

이원재,김병수,박초롱
청주대학교 공예디자인,동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한국사이버대학교

특선: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