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탄생 이후 처음으로 물리적 구조가 인간의 영향으로 변화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와 같은 대(Era)와 그것에 속한 기(紀, Period), 세(世, Epoch), 절(節, Age)은 지구 기후 변화의 흔적을 담은 지층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미래에 이 시대는 인류가 만들어낸 건축물의 잔해로 인한 콘크리트와 철의 복합체, 또는 플라스틱의 합성물질(technofossil)로 이루어진 지층, 즉 인류세(人類世)로 판별될지도 모른다. 탄소와 메탄의 배출로 변화된 대기와 산성화된 바다도 새로운 유형의 지층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인류세가 일부 학자들의 주장일지라도 인류가 지구 환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류세의 거론은 단순히 지질학적 의미뿐 아니라 환경 변화로 인한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어 지구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면 먼 미래에 인류세를 확인하는 생명체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UNEP(the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인 탄소 배출의 75%가 도시에서 발생한다. 도시의 교통과 건물의 내부 환경의 유지를 위해 화석 연료를 소비하면서 배출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시멘트와 골재, 금속을 생산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면 탄소 배출에서 도시와 건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 비율을 낮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 산업과 도시는 혁신적인 변화에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의 시작은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건축가의 역할은 과거보다 더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가의 개인적 철학, 유행과 스타일 같은 미시적 관점이 아닌 지구를 위한 초 거시적인 의미를 담은 건축의 시대가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이번 공모전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목재와 같은 재료의 사용이나 재활용 자재의 사용에서 시작될 수 있다.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여 운송과 생산에 들어가는 탄소를 최소화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나 사막화에 대응하는 도시적이고 건축적인 아이디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건축과 도시의 지속성에 대한 고려와 환경과의 조화에 대한 개념의 것일 수도 있다. 변화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미래의 인류를 위해 인류세의 도래를 막거나, 불가능하다면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 지구를 변화시킨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역사적으로 건축가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시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앞날과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상의 제안자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인류세를 위한 도시와 건축’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던지며, 미래 건축가들의 비전을 엿볼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참가 학생들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환경 문제 등 인류세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을 건축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출된 작품들은 주제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과 건축적/디자인적 창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되었고 심사 및 선정에 대한 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주제 해석의 깊이입니다. 참가자들은 인류세라는 거대한 담론을 논리적 분석과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해석했습니다. 특히,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해결 방안을 제시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두 번째는 건축적/디자인적 창의성입니다. 참가자들은 기존의 건축 방식을 넘어 새로운 재료, 기술, 디자인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건축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인류세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건축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미래 건축가들은 인류세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공모전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창의성이 미래 건축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문시후+신송윤+염승기
한양대학교 대학원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남대학교
Genius Loci
인류세. 이는 단순히 지질학적으로 시대를 구분 짓는 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탄소배출은 인류가 살아갈 환경(도시⬝건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비율로 발생한다. 이러한 사실 앞에서 건축가의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번 프로젝트는 인류세를 맞은 건축가가 어떤 태도를 지닐지 고민해볼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 인류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인해 생태계가 송두리째 바뀐, 또 그로 인해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그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에 집중했다. 그 곳은 현재 가장 젊은 사막으로 과거 세상에서 4번째로 컸던 호수 아랄해다. 우리는 프로젝트에 앞서 워낙 방대한 규모이기에 단계적으로, 또 긴 호흡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장막은 아랄해를 바깥쪽으로 두르며,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마을 중심으로 배치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장막은 모래바람을 막으면서 동시에 공기 중의 수분을 채집해 농업용수로 사용되어 염생식물 재배를 돕는다. 지오월 블록은 아랄해 전역에 걸쳐 배치되며 그 자체가 지역 퇴적물과 모래, 염생식물 씨앗으로 구성되어 있어 땅으로 돌아가 염생식물을 자생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앵커시설은 장막을 이어주는 구간에 배치되어 씨앗과 재사용 자재 보관 그리고 제작 수리 등을 지원할 수 있고, 지역민들을 위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유치할 수 있도록 구성해 환경적 회복 뿐만 아니라 지역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사회적 회복도 가능하도록 했다. 위 과정들은 단계적으로 반복되며, 사용되는 모든 재료들은 재사용되거나[장막]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지오월 블록] 했다.
우리는 위 일련의 과정들이 아랄해라는 환경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태계 구성 요소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균형 상태에 적응하여 원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찾는 게 아닌 현 상황,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해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류세를 대하는 하나의 접근방식이 되길 바란다.
심사평
아랄해의 변화는 인류세의 도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이다. 긴 시간이 지나고 후생 인류는 지질학적 근거로 아랄해의 존재를 알 것이고 주변에서 발견된 인간의 환경 파괴적 흔적을 통해 그것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랄해의 변화를 다루는 작품 Genius Loci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상작에 선정하였다. 먼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개입하는 건축적 방식이다. 급격한 변화가 또 다른 환경 파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일 것이다. 두 번째는 해당 대지 주변 커뮤니티를 위한 사회적인 회복에 대한 제안이다. 본 작품은 환경의 회복과 동시에 사회적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생태학과 건축적인 방식이 결합한 복합적인 아이디어의 제안에 있다. 장막과 지오월은 건축적인 장치지만 생태학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이며 파괴적 행위라기보다 염생식물의 배양을 촉진해 환경을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본 작품은 이번 학생공모전의 주제에 걸맞을 뿐 아니라 디자인적 완성도도 매우 높으며 발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수작이다.
이유나+김세헌+유소윤
고려대학교
건물아 무엇이 되고 싶니
건축물은 인류세의 자연물이다
지구의 능력을 넘어선 인류의 모습은, 전지전능하기보다는 오히려 쓰레기장을 뒤지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비로소 창조가 끝난 자리는 무엇이 따라오는가
호모 루덴스가 놀고 떠난 장소에는 무엇이 남는가
호모 파베르가 다 쓴 도구들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우리는 어질러진 장소를 배회하며, 쓸 만한 것을 발굴해 내야 한다. 화석화된 지층의 파노라마 속에서…
암석은 풍화되어 자갈로 변하고 자갈은 모래로 변한다. 이를 인간이 채취하여 가공하여 콘크리트로 그리고 건물로 변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느 순간부터 인공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자는 운송을 시작한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인간의 활동이 돌의 풍화작용에 개입했다면? 그렇다면 플라스틱 폐기물이 엉겨 붙은 암석 형태의 ‘뉴 락’은? 타지에서 자란 자연물을 모아 인공의 땅 위에 만들어낸 공원은?
도시에서 인공과 자연의 구분은 둘의 상호 침투로 인해 점점 힘들어진다. 아니, 애당초 인류세의 건축에서 인공과 자연물의 경계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전통적 인공'은 또 다른 자연이 되었다. 즉, 나날이 자라나는 건축물은 생산자 인간으로부터 거듭난 인류세의 자연물이다. 인간이 자연물을 채집하여 재료를 얻어왔듯, 분해자 인간은 건물의 지층 속에서 재료를 발굴하여 건축 행위를 이어 나갈 것이다. 즉 우리는 '고고학자적 건축가'의 역할을 제안한다. 어질러진 지층을 탐구하고, 쓸모 있는 부분을 찾아 나서는 새로운 건축가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
따라서 남부터미널에 새로운 사회기반시설인 '분해소'를 제안한다. 이용도가 떨어지는 동시에 ‘쌓아 올리는 건축’이 어려운 이곳을 분해소 공장으로, 주차장을 생태 공원으로 전환한다. 또 버스 수리소를 확장하여 마켓으로 조성한다. 이 과정에서 건물 하부 축대를 관통함으로써, 축대에서 새로운 보행로를 발굴해 냈다. 또 소음 절감을 위해 폐자재들의 난반사를 이용한 파사드를, 그리고 차단막 역할의 숲을 계획하였다. 이밖에 다양한 생태계를 반영한 식생여과대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철거 현장에서는 (콘크리트의 경우) 유로폼 치수를 역이용한 절단 모듈을 제안한다. 이는 분해소에서 재사용, 고부가가치 재사용, 규격화/절단의 과정을 거친다. 재료는 마켓에서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재는 우리 주변에서 순환의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며 크기가 작아진다. 수도권의 몇몇 버스터미널의 부지에 각 재료 특화 분해소를 설치하여 자재들은 분해소와 마켓을 오가며 수차례 재활용된다. 순환을 통해 분해소 및 마켓 간의 도시적 생태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재료는 분해소와 공원, 우리의 일상에서 발굴된다. 인류세의 자연물에 대한 우리의 사고 전환이 앞으로의 미래에 희망적인 지층을 쌓아나가길 바란다.
심사평
설명문의 ‘고고학자적 건축가’의 역할 제안에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받으며 작품을 평가하였다. 디자인 결과물에서도 건축가의 새로운 역할이 충실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건축을 자연의 파괴행위가 아닌 자원의 활용과 그것에 대한 인류의 노력 결과물임을 밝히는 점에서 주제 의식이 뛰어난 작품이다.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설명이 섬세하고 현실적이면서 재치가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의도를 전달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형빈+이진현
울산대학교
Blue Realms
인류세는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폐건물은 이러한 인류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 소비는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결과 많은 건물이 버려집니다. 이러한 폐건물은 도시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폐건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태계를 손상시킵니다. 첫째, 건물 붕괴로 발생하는 폐기물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킵니다. 둘째, 방치된 건물은 해충과 유해 동물의 서식지가 되어 생태계 균형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셋째, 건물의 노후화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주변 환경에 퍼져 식물과 동물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Vivarium은 원래 동식물을 관찰하거나 연구하기 위해 기르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Vivarium은 폐건물을 활용하고 재활용 및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자연 복원의 기초를 마련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비바리움 활용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씨앗 단계에서는 폐건물의 유형을 분석하고 비바리움을 준비합니다. 물주기 단계에서는 비바리움을 통해 폐건물 구조 보강과 생태계 형성을 시작합니다. 새싹 단계에서는 성장한 비바리움 이 주변 식물과 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잎 단계에서는 성숙한 비바리움 이 생태계를 조직하고 도시의 열섬 현상과 공기 질 개선에 기여합니다. 또한 비바리움 구조의 역할은 취약점 확인 및 비바리움 설치, 다양한 비바리움끼리의 연결 및 공유, 설치된 비바리움 이 구조를 지원, 비바리움의 역할과 구조 성장을 돕습니다.
도시에서의 역할로는 연결 가능한 공간, 도심의 열린 공간, 사회적 상호작용, 거점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Vivarium은 도심에 1-1.5km 간격으로 분포하여 자연과 연결하고 열린 공간을 유지하며,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도시 내 기반으로 위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또한 환경적으로도 폐건물에 대한 비바리움을 제안하여 철거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 피해를 줄이며 생태 복원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폐플라스틱을 사용하여 3D 프린팅으로 비바리움의 기반을 형성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며 버섯에 균사체가 엮일 수 있는 토양과 누에고치를 사용하여 생태적 형태를 만듭니다. 최종적으로 폐건물의 부족한 구조적 역할과 재활용 재료와 친환경 건축 방법으로 이용하여 인간, 야생동물, 새의 쉼터이자 서식처가 됩니다.
심사평
디스토피아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미래를 바라보고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정하였으나 결과물은 오히려 먼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면을 드러낸 작품이다. 현실적으로 구축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나 그러한 의구심을 뛰어넘는 이상향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주었다.
이한결+강다현+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오래된 미래
인간이라는 종의 융성은 너무도 성공적이었고, 이윽고 한 행성을 뒤바꾸기에 이른다. 이른바 인류세의 도래이다. 인류세의 시대에 세계를 휴먼스케일로 이해하려는 건축의 전통적인 관점은 의문스럽다. 인류세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유는 세계의 혼종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세에 대한 반작용인 기후위기로 인해 근미래에 도시는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될 것이다. 본래 모래섬이었으나 근현대에 인간의 영역으로 재구성된 여의도가 한강의 범람으로 잠긴다. 인류세 시대의 도시를 예견하는 이곳에서 건축은 휴먼스케일을 넘어 다종적 행위가 될 수 있다.
도시적 스케일의 그리드는 손상된 도시의 재건을 위한 기초적인 구조물이다. 그리드는 공평하며 확장가능하고, 모든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담보한다. 그리드가 창조하는 공간은 추상적이어서, 각 종에게 각자의 삶을 능동적으로 펼쳐내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이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장소를 창조한다. 이 그리드는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고, 다종 존재의 삶이 달라붙었을 때 완성된다. 그리드는 경계가 아니며, 가능성의 그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과 동시대에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다음 두가지를 질문한다. 비인간을 배제해왔던 건축이 다종 존재를 위할 때 그것은 여전히 건축인가? 그리고 인류세를 맞이한 도시는 혼종적 세계를 긍정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이 프로젝트는 다종적 건축과 새로운 미래를 위한 하나의 실험이며, 불가능한 유토피아를 제안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동시대를 비판한다.
심사평
이번 공모전 제출작 중 도시를 다룬 제안은 소수이며 그중 가장 우수한 안으로 평가하였다. 경계 설정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의 격자 체계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손상된 도시 재건을 위한 거대 인프라스트럭쳐의 제안이 공모전의 취지와 완벽히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의 공존 방식이라는 거대 담론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성 있는 표현 방식도 눈에 띄는 안이다.
황윤환+김현철+정윤창
홍익대학교
Rhizomorphic
Rhizomorphic
인류는 전쟁으로 사람과 자연에 깊은 상처를 남기며, 현재도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 이러한 상처가 커지고 있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인류만을 생각한다면 자연은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인류만을 위한 건축 행위
철과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건축 행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팔레스타인의 15만 채가 넘는 주택을 기존 방식으로 재건할 경우, 최대 6,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대지 위에 놓일 콘크리트는 분해되지 않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인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광범위한 재건이 필요한 지금, 인류와 자연이 함께 치유될 수 있는 건축 방식이 필요하다.
바이오 재료: 균사체
우리는 친환경 재료로 주목받고 있는 '균사체'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균사의 섬유질 구조는 빠르게 성장하며 다양한 기질과 결합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건축 자재로서 잠재력이 크다. 균사체는 곰팡이의 뿌리 같은 역할을 하며, 포자가 기질에 접종된 후 빠르게 성장해 뿌리처럼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균사체는 기질을 네트워크처럼 연결해 고강도의 구조체를 형성하고, 건조 과정을 통해 단단한 패널 형태로 제작될 수 있다.
재건 마스터 플랜 “Rhizomorphic”
우리의 재건 아이디어는 균사체의 생장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균사체 공장을 중심으로 커뮤니티와 인프라를 형성하고, 그 주변으로 주택이 점차 확산된다. 이 재건 과정은 ‘접종-확산-순환’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1. 접종: 도시를 구역화하고, 각 구역에 균사체 배양 공장을 설치해 재건의 구심점을 만든다.
2. 확산: 공장을 중심으로 학교, 기도실, 쉼터 등 필수시설이 확장된다. 생산된 균사체 패널은 현장으로 운반되어 목구조에 결합된다.
3. 순환: 미래에 폐기되는 균사체 패널은 생분해되거나 비료로 재활용되어 생태계에 통합된다.
균사체를 통한 재건은 인류와 자연이 함께 치유될 수 있는 건축 행위가 될 수 있다. 파괴된 도시가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심사평
세세한 부분까지 접근하고 표현도 뛰어난 수작이다. 공감하기 어려운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 균사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건축재료를 이용한 점, 건축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도시 전체를 고려하는 등 매우 포괄적이고 다양한 면을 다루면서도 주제의 일관성은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김경환+길태혁+최민희
동아대학교
From Human to Nature
성시운
영남대학교
mechanic park
허태인+송현준+이형렬
홍익대학교
Border Crosser
박관우+변지수
세종대학교
건설폐기물x사용설명서
곽민+김규훈+황지운
영남대학교
Urban Open Frame Ark
이정우+이희민+최현호
명지대학교
Material of Blueprint
신효재+김경준+김도영
울산대학교
기억의 지층탑
김민준+이아연+이연교
삼육대학교
Borderline Blur Oyster Farm
홍준표
건국대학교
PURE GROUND
조휘민
전남대학교
RE_FABRIC_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