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제 32 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 수상작

- 공간정치학의 신기원: DMZ 평화의 플랫폼 -

주제

공간정치학의 신기원: DMZ 평화의 플랫폼

60년간 남과 북 모두에게 닫혀 있는 경계였던 한반도의 DMZ를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서 제안할 수 있는 건축적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공간정치학의 신기원: DMZ 평화의 플랫폼’을 주제로 진행된 제32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이 지난 11월 7일 최종심사와 시상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의 공모전에서는 이란, 호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300여 명의 학생들이 제출한 분석적이고 진지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중동지역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인 이란의 학생들이 공모전에 참가하여 입선을 수상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예년에 비해 해외 출품작 비율이 9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이번 주제가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진행된 시상식은 7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특별상을 포함한 입상 11팀은 최종심사에서 각자의 안을 발전시켜 최종 발표를 했다.

해외 입상자들은 미리 준비한 영상을 통해 발표하였다. 심사위원 김혜정은 “화려한 이미지보다 주제에 대한 밀도 높은 고민이 담겨 있는 경우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대상은 우지효, 이치훈, 차윤지(한양대학교)의 ‘Pass A Way: Loss as Communication’이 수상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에 있는 토교저수지를 대상으로 소중한 것의 상실과 그것을 떠나 보내는 장소에서 또 다른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현실 가능성과 주제 해석, 적합성 등을 비롯하여 심사위원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녹색기술센터의 후원으로 제정된 DMZ 녹색미래상은 위안 리우, 지통 펑, 톈위 펑(아이오와주립대학교)의 ‘The Memory’가 선정되었다. 생태친화적인 접근 방식과 점진적인 발전 가능성이 친환경적인 건축, 지속가능한 건축적 개념과 더불어 공모전의 주제 의식과도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SPACE」는 올해 DMZ와 관련된 논의를 지면과 공모전을 통해 확산시키며, 지난 1980년 3월 김수근 선생이 민간 차원에서 최초로 ‘DMZ를 자연평화공원으로 만들자’는 지상캠페인과 1989년, 1990년 두 차례에 걸쳐 ‘문화운동’을 전개하며 이를 후원하고 기록했던 활동을 이어갔다.입선과 입상작 21점의 전시는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렸다.

<심미선 기자>

심사평

김혜정

제32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은 ‘공간정치학의 신기원: DMZ 평화의 플랫폼’을 주제로 정하고, DMZ로 상징되는 정치와 이념이 충돌하는 현장으로부터 인류가 갈망하는 평화를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지 건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올해 제안된 작품들은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진지하게 풀어나간 작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출품작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사용자가 직접 산책을 하는 등 움직임의 경험을 통해서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도록 유도한 제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제안해서 건축적으로 심도 있게 풀어낸 유형이다. 심사 기준은 분단된 사이트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와 심리적・시적 표현의 조화, ‘평화를 향한 변화의 역동성’을 제안하는 방식과 이곳에서 가능한 경험, 건축적 시스템의 표현, 표현의 완성도 등을 기준으로 하였다.

특히 그런 관계들이 순간적인 아이디어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발전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과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했다. 입선과 입상에 오른 21개 팀은 공모전 과제와 DMZ라는 장소 사이의 관계를 잘 해석하고 조율해 발전시킨 작품들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학생들이 공모전을 대하는 태도가 그러하듯, 대개 신청을 해놓고는 마감일에 임박하여 그럴듯한 이미지만 만들어 제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번에도 다수의 제출물이 그러한 경향을 띠었다.

그러나 이번 주제와 같이 건축가의 사회적인 역할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경우에는 DMZ에 대한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제안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아무리 건축적 표현이 창의적이라 하더라도 숙고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낮은 점수를 주었다. 심사위원으로서 건축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DMZ에 얽힌 정치사회적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제안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만난다는 설렘과 좋은 작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도면과 함께 글씨 하나하나 까지를 읽어가면서 심사하는 과정 모두가 기쁘고 즐거웠다. 다소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평이 많았지만, 이 주제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현안임이 분명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DMZ와 평화, 그리고 건축의 사회적 의미에 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기를 바란다.

대상

우지효+이치훈+차윤지
한양대학교

Pass A Way: Loss as Communication

DMZ는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지도상에 그려진 가장 비극적인 경계 중 하나다. 그곳에는 여전히 3만 구의 전사자 시신과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산재해, 참혹했던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군사분계선 옆에 위치한 토교 저수지는 가장 인공적이고도 정치적인 결과물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철원평야의 수원지였던 봉래호의 물길을 막았다. 토교 저수지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저수지 주변에는 북한의 제2 땅굴, 노동당사 등 남북한의 치열했던 자리 뺏기 흔적이 있다. 우리는 남과 북의 대립이 가시화된 새로운 대지, ‘그라운드 제로’에서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분단 이후 60여 년, 더 이상 서로를 하나의 뿌리를 가진 나라라고 느끼지 않게 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다. 60여 년 전 많은 것을 잃었고 아팠으며 지금까지도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상실의 땅 DMZ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플랫폼을 제안한다. 이는 개인 혹은 사람들의 소중한 것을 추모할 수 있는 기념적인 장소의 역할을 한다.

이곳이 개인의 상실감을 치유하는 곳이자 현시대를 살아가는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동질감을 형성하고, 나아가 과거 같은 아픔을 겪었던 서로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심사평
상실과 소멸, 망각과 안정을 위한 태움공간의 수행(修行)과 같은 체험은 이념의 충돌이 빚어낸 분단의 장소를 평화를 향한 플랫폼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창의적인 제안이라 본다. 대상 부지로 토교 저수지를 선택하여 보행 경로와 머무는 공간의 장소적 체험을 적절하게 설계한 점이 우수하다.

구조물의 상세한 제안, 거리에 대한 보행 시간의 검토 등 공모전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에 대한 충실도와 설계의 완성도 또한 돋보인다.

DMZ 녹색미래상

위안 리우+지통 펑+톈위 펑
아이오와주립대학교

The Memory: A Landscape of the Disappearing Spiritual DMZ

단일 정부에 의한 정치적인 통합 외에, 궁극적인 평화는 오직 사람들 사이의 결합, 친구 혹은 가족의 만남으로부터 성취된다. 한국전쟁은 이산가족을 발생시켰고, DMZ는 이들이 서로를 평생 동안 만날 수 없게 갈라 놓았다. DMZ는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 만든 가혹한 물리적인 경계이면서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었다.

DMZ가 한반도를 둘로 나눈 뒤, 이 땅은 많은 조각으로 완전히 나누어졌고 ‘팔도’의 개념은 붕괴되었다. 우리는 압도적인 구조물을 짓는 대신, 상징적인 풍경을 만드는 과정 안에서 흩어진 가족들을 만나게 하고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제안했다. 사람들의 행위는 풍경을 바꿀 것이다. 여기에서 그들은 그들의 부모를 만날 것이다.

서로 각 지역의 사투리로 말하는 것을 들으며,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날 것이다. 궁극적인 평화는 바로 여기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남북 통일이 가까운 미래에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났기 때문에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점진적인 풍경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한 형태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사람들의 감성적인 반응을 유도하고자 했다. 인공 풍경이 생동하는 것에서 새로운 차원의 통일이 이뤄질 것이다.

멘토의 평
기존 DMZ의 자연과 지형에 자연스럽게 순응하고 스며드는 접근 방식을 택했다. 프로젝트 설명에서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친환경에서 강조하는 가치인 생태학적 진화와 복원, 점진적 발전 가능성을 담고 있다. 또한 상당히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내용과 제목의 부조화는 아쉽다.

최우수상

닐 칼도+제시카 머피+쳰야 친
로열멜버른공과대학

Changing Course

언제나 긴장감이 흐르고 출입이 제한된 공동경비구역(JSA)에 건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삽입하여 순환과 상호작용의 증가, 관찰과 성찰을 유도하고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국제정치, 역사, 군사적 연구자료와 전쟁 이후 지역 농민, 군인, 관광객 등 이용자 집단의 이동 동선을 파악해 ‘제한’과 ‘흐름’이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현재 JSA의 양쪽에서 마주 보고 있는 자유의 집과 판문점을 연결하는 보도를, 고가로 올려 UN 건물 상부를 지나 군사분계선상에서 교차하는 2개의 산책길로 대체하고자 한다. 양쪽 방문객이 마주치며 상호작용할 수 있게 설계하여, 확장된 산책로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통해 남북 모두의 의식과 참여를 증대시키고, 의사소통을 북돋우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정적이거나 동적인 장치를 이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대조적으로 나타낸다. 두 갈래 길은 각기 다른 재료인 내후성 강판과 구리를 사용한다. 처음에는 비슷한 색을 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리는 산화되어 오렌지색에서 짙은 갈색, 옅은 파란색, 녹색으로 변한다. E. O. 윌슨의 바이오필리아 개념과 초목으로 가득한 녹색공간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토착식물이 점점 자라나 무성해지면 점차 자연으로 건물의 존재를 지워낼 수 있을 것이다.

심사평
현존하는 JSA 내 시설물 사용 시간과 동선 분석을 토대로 관광 산책적 경로를 제안했다. 분단 현실을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하여 세계인들을 향한 평화통일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장소로 JSA를 제안했다. 의미가 있는 현실성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시간과 사람의 움직임, 재료 변화의 역동성이 구축물의 형태로 표현된 점이 우수하다. 하지만 평화정신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생성될 수 있는 내면의 경험을 주도하는 장소는 적극적으로 제안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우수상

김예나+박석진+정회성
인하대학교

Locking ‘The Bridge of No Return’ up in Time

이 프로젝트는 통일 후의 한반도 상황을 가정해, 과거 남과 북을 유일하게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있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중심으로 대지를 선정했다. 다리 양 끝에 전망대를 비롯한 유리 벽을 세워 자연에 최대한 순응하면서도 기념비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동시에 벽으로 가로막힌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로 만들어 과거를 이곳에 가두고 현재와 미래에도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는 장소로 재탄생시켰다.

반면 땅 아래는 다이내믹한 매스가 공간적으로 중첩되어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간다. 방문객은 지하로 자유롭게 오가며 DMZ만의 장소성을 느끼고 체험하며 정치적 이념의 충돌을 공간적으로 극복하게 된다. 특히 감각이 차단된 땅속에서 자연의 빛, 바람 그리고 물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공간적 도구로서 땅 밑 깊은 곳까지 침투하여 과거의 아픔을 치유한다. 한때 사람들이 드나들 수 없는 땅이던 DMZ의 지하는 이제 추모의 공간으로 남과 북의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평화통일의 미래를 가정하여 재해석된 공간은 전쟁이 낳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되고, 이것은 후세의 사람들에게 전쟁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

심사평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차단했다. 가시적이지만 현실적 보행이 가능하지 않게 차단하여 영원히 분단을 기억하게 하는 기념의 장소로 제안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수중 하이라이트 공간을 위한 건축디자인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축을 위한 기술적 제안의 부재는 아쉬운 점이다.

서유빈+전새별
연세대학교

The Place Where We Met

DMZ는 인간이 벌여 놓은 전쟁의 비극으로 인간을 제외한 서로 다른 동식물 종들이 생명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곳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이곳을 밟을 수 없다. 그래서 볼 수는 있지만 그 이상 다가갈 수는 없는 ‘모순적 상징체로서의 DMZ’를 형상화해 보고자 했다.

이곳에서 조망해야 할 것은 기존의 전망대가 보여주는 풍경만이 아니다. 높고 먼 곳에서의 ‘첫 번째 조망’, 좁고 길며 어두운 곳에서의 ‘내적 사고를 통한 조망’, 낮고 가까운 곳에서의 ‘두 번째 조망’, 통일과 평화, 분단 상황을 주제로 삼고 있는 현대 미술품과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곳에서 비교를 통한 ‘재인식의 조망’, 이 모든 것이 통합적이고 연속적으로 이 장소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생명을 만나고 평화를 본다는 것, 현재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만의 좁은 바다가 아닌 더 큰 세계로서의 바다를 본다는 것은 여러 번에 걸쳐 어렵고도 조심스럽게 행해지는 ‘바라봄’일 때 가능하다.

왜냐하면 이곳은 우리 조상들이 이미 만나서 살았던 그 장소이기도 하지만 대대손손 우리의 후손들이 다시 만나서 살고 싶은 공동체적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심사평
시작과 끝이 없는 원형의 단순한 기하학적 구조물을 통해 산책적 공간을 다양하게 제안한 점이 우수하다. 그러나 평화정신의 역동성을 위해 무엇을 바라보고, 듣고, 무엇을 느끼게 하는지 등 섬세한 감정 체험을 위한 건축공간에 대한 제시가 소극적인 점이 아쉽다.

특선

김승욱+유재민+유재승
홍익대학교

See-Through: Gesture of Unbiased Actions through O-SNS

이범용
홍익대학교

Architectural Reappearance of Mujingihaeng

박범진+이현식
명지대학교

River Flows in Wish

김효진+이동준+한명택
명지대학교

3 Different Views of Monument Zone

박운하
세종대학교

River Flows in Wish

김영진+김형진+이수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3 Different Views of Monument Z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