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제 28 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 수상작

- 작은 집에 대한 탐구 -

주제

작은 집에 대한 탐구
프로그램 _ 짓기, 살기, 허물기에 대한 지속 가능한 방법, 가로×세로×높이 각 2×2×2m의 정육면체 4개 규모의 건축 공간짓기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통해 건축의 개념을 확대하고 탐구해온 공간국제학생건축상이 올해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지난 10월 26일 최종 공개 심사를 갖고 수상작을 선정, 발표했다. 올해 심사위원 조병수(조병수건축연구소 소장)는 ‘작은 집에 대한 탐구’라는 주제로 ‘짓기, 살기, 허물기에 대한 지속 가능한 방법’을 구체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나는 건축에서 하나의 절대적인 아이디어를 믿지 않는다. 다만 사려 깊은 고려와 또 그것이 어떻게 실행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조병수 소장이 이번 공모전 전면에 내세운 이 말은 공모전의 성격과 방향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다. 어떤 거대 담론이나 난해한 이론보다는 건축의 실행, 즉 ‘만들기’ 자체에서 이번 공모전의 가치를 찾고자 했다.

총 735팀이 참가 등록한 올해 건축상은 시상 범위를 확대해 본상 후보 10팀에 입선작 10팀을 더해 총 20팀을 선정했고, 이 가운데 10팀의 최종 본상 후보들에게 1차 안을 발전시키도록 하여 최종 공개 심사에 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최종 후보에는 국내 9팀, 해외 1팀이 선정되었다.

조병수 소장은 10월 26일 최종 심사를 마치면서 “학생들의 작업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학생으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디테일과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주었다”며, 이번 공모전을 위해 수고한 모든 참가 팀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또한 “건축에서 실제로 실행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며, 실천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건축의 본질적인 면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지한 조언을 덧붙이며 심사를 마무리했다.

제28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 수상작들은 11월 3일 시상식을 거쳐 9일까지 소극장 공간사랑(공간 사옥)에서 전시되었으며, 공간대상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전시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제 지난 1년의 고민과 노력을 통해 수상의 영예를 얻은 10팀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상호 기자>

심사평

조병수

조병수 건축연구소 대표

최종 심사를 통해 만난 10개 팀과의 대화는 신선하고 열정적이며 희망적이었다. 최종 심사에 올라온 팀들은 대지가 갖는 물리적인 문맥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때론 역사적 문맥까지 날카롭게 읽어냈다. ‘짓기’, ‘살기’, ‘허물기’에 대한 해석들이 만족스러울 만큼 깊이가 있고 창의적이었다.

각 팀은 다양한 재료의 활용과 짓기를 제안했다. 특히 재료 선정은 대지가 가지는 물리적인 환경뿐 아니라 그곳에 주거할 사람들의 사회 문화적 개성과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한 탄탄한 기반 위에서 출발한 대부분의 안들이, 이번에 주어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서의 만들기와 허물기’를 위한 특이성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몇몇 안은 아주 좋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디테일과 프레젠테이션에서 미흡해 안타까웠고, 어떠한 안들은 그 반대이기도 했다.

가장 간결하고 힘있는 안을 꼽으라면 ‘홈 있스, 홈리스(Home its, Homeless)’로 이번에 주어진 건축상의 목표에 가장 잘 맞았다. 허름한 지하도의 투박한 기둥들 사이 쓸모없는 공간을 활용, 주변의 공동체와더불어 손쉬운 재활용재를 통해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간단명료 하면서도 의미 있고 아름답게 드러났다. 그러나 투시도에서 침대 와이어의 표현이 맞지 않고 이음매 등의 디테일과 골판지 설치 방식 등에서 사려 깊은 고려와 실행이 부족했다.

이와 반대로 하와이의 버려진 폐교에 제안한 ‘잊힌 추억을 찾아서(Liberated Memories)’는 구체적인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았다. 구조물이 땅 아래로 내려가서 드러내는 지난 100년의 역사와의 대화는 적극적이며 아름다웠다. 하와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건축 재료인 대나무와 화산재 흙 등을 이용해서 만든 기둥을 활용한 구체적 제작과 실험까지 이루어졌다. 가느다란 기둥들의 배열에서 보여준 바닥, 햇살,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배려와 시도 등은 정교하고 정확하며, 그곳의 빛과 움직임을 통한프레젠테이션은 아름다운 한 편의 시에 가까웠다. 다만 이러한 모든 제안이 본 공모의 취지인 ‘최소의 비용, 최소의 시공’의 추구를 통한 ‘직접적이며 본질적인 건축의 추구’와는 거리가 있어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나-스케일 하우스(I-Scale House)’의 경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골판지를 일정한 크기로 제작해 끼워 맞춤으로써 구조가 더 강화되는 아이디어를 일관성 있게 제안했다. 평면, 입면, 단면 제시가 구체적이고 제목에 걸맞게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담백한 건축물이다. 다만 골판지를 자르고 조합하는 시스템이 조금 더 합리적인 모듈화를 구축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절단과 접합이 이루어진 점이 아쉽다.

‘구워 만든 집(An Onggi House)’은 옹기 가마터에서 버려지는 열을 활용한 영리한 집이다. 재료 또한 그곳의 흙과 깨진 옹기를 조합해서 만드는 합리적인 방법이 잘 제시되었고, 최종적으로 구워졌을 때의 색상 변화와 강도까지 성공적으로 실험된 뛰어난 작업이다. 다만 2×2×2m 큐브 4개로 만들도록 제안한 공간의 크기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고, 2개의 큐브는 벽체와 바닥만 있는 등 다소 자의적이라 판단되어 대상 및 최우수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호흡하는 집(Breathing House)’은 농촌 주택의 문제점에서 출발해 농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만든 집으로 최소의 재료, 최소의 시공, 최소의 허물기에 충실한 제안이다. 2×2×2m 큐브 4개의 조합 방법에 따른 바람과 햇빛의 방향 등 날씨에 대한 대응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비닐과 그 내부의 캐시밀론 솜으로 제안한 외장재는 단열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필요시 햇빛을 차단하는 방법으로도 유용하다. 또한 합판을 이용한 간단한 칸막이와 루버를 이용해 바람, 빛, 프라이버시 등을 조절할 수 있게 해결한 점 등이 돋보였다. 다만 영구 구조로는 다소 약해 보이고, 화장실, 부엌 등의 제안이 빠져 있으며, 실제 모형을 만드는 등의 실질적인 실험이 미흡했다. 그러나 좋은 건축은 건물로 끝나지 않고 그 건물이 설 곳에 대한 사회, 문화, 대지와의 관계 그리고 그 건축물이 그곳에 있어야 할 여러 가지 당위성 등에 관해 심도 있게 묻고 그 문맥으로부터 만들어진 건물을 간단명료하게 제안한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좋은 건축은 인위적으로 제안되는 것이 아니라, 사려 깊은 이해와 참을성 있는 실행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선배 건축가로서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총평을 마친다.

글 조병수(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

해제

작은 집에 대한 탐구

나는 건축에 있어서 하나의 절대적 아이디어를 믿지 않는다.
다만 사려 깊은 고려와 또 그것이 어떻게 실행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 조병수, 2006년 하버드 대학 GSD 봄 강의 중 -

제28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삶과 건축에 있어서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이면서도 최소의 재료, 최소의 시공, 최소의 허물기 등을 통해 지역 주거 건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안이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본 프로젝트와 관련된 많은 참고문헌과 자료가 있겠지만 고건축이나 토속건축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고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건물이나 물건을 통해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20세기 근대의 실험적인 시도 등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철학적인 사상이나 생각은 건축 조건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역사적, 지역적 생각 속에서도 존재할 것으로 보이며 20세기 초 실용주의 철학의 맥락 속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응모자들은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과 태도를 분명히 함으로써 큰 틀 안에서 ‘지속가능한 삶과 건축에 있어서의 가능성’을 밝힐 수 있길 바란다.

글 조병수(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

설계조건

공간조직
- 면적은 16㎡를 초과하지 않는 공간
- 가로 x 세로 x 높이 각 2x2x2m의 정육면체 4개 규모의 건축 공간 짓기
- 정육면체 네 개의 조합 방식은 응모자 자율에 맡김
- 지역에 따라 원, 타원, 비정형 등의 형태가 사회·문화적으로 재료, 시공 면에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설명을 첨부하여 예외적으로 적용이 가능함
- 연결 브리지, 외부 계단 등이 필요한 경우, 1㎡까지 허용


사이트
- 본인이 살고 있는 곳의 기후와 지질의 지형학적 문맥 등을 고려하여 각자 선정
- 가능하면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공간이나 모서리 땅
- 경사가 가파른 땅이나 구조물(건물) 사이에 남겨지거나 버려진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대지(주변 건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건물을 해체했을 때 재활용되거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계획)
*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중 Clue two Rest Box 참조(「공간」2009년 10월호)


주요재료
재료의 사용은 최소화되어야 하고 실험적, 발명(발견)적이어야 한다.


시공법
산업화된 재료와 같은 가공된 것은 가능한 적게 사용하고, 주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대상

김윤희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호흡하는 집

농촌지역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박스의 주거 형식은 친숙하다. 이는 경제적이면서 시공도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어 농민들에게 쉽게 생활공간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이 주거에서의 삶이 그다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농가에 좀 더 좋은 재료로 나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는 있지만, 과연 그것이 이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시켜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농민들의 경제적인 부담감은 커질 것이고, 농촌의 콘텍스트와의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그들에게 가장 지속 가능한 주거를 제안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비닐하우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닐하우스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면서 여러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간단하면서 튼튼한 구조와 형태, 내부의 캐시밀론 솜에서 나오는 흰색의 순수함과 외부를 덮는 비닐의 질감이 시간과 각도,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비닐하우스는 비닐, 캐시밀론, 보온 덮개, 차광막, 방수포 등의 재료를 조합해서 만드는데, 재료 하나하나가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된다. 비닐하우스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최고의 온실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겨울에는 따스한 온기를 내부에 담아내고 여름에는 바람을 내어준다. 내부의 캐시밀론 솜은 단열재 역할도 하지만 섬유 사이사이로 간접적인 빛을 연출한다. 이와 같은 비닐하우스의 장점들을 고려하고 농촌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 물성이 아름다운 재료, 기존의 익숙하고 친숙한 재료를 사용해 이동 가능한 모듈을 제안하면서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작은 집을 제안했다.

공간 구성은 한옥의 평면 구성 방식을 적용했다. 한옥은 각 지역의 기후에 대응하는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람이 통하며 빛이 들어오고 계절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마당, 대청, 툇마루 등은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소통하는 중간 역할을 하며 사회와 소통하는데, 공간의 연속과 중첩을 통한 변화와 비움이 많다. 이것이 안팎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자연과의 관계를 잘 맺어준다.

한옥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의 소통, 비움의 가능성으로 공간의 유동성과 확장 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모듈을 구성했다. 호흡하는 집의 각 모듈은 여닫음이 자유롭다. 오픈된 각 면이 바람을 받아들여 바람이 흘러가고 공간의 확장을 만들며, 열어 올린 벽의 일부는 강한 빛을 막아주고, 외피는 간접적인 빛을 내부로 유입시킨다. 네 번째 모듈은 외피가 전체적으로 움직여 마루를 외부로 노출시켜 외부와 연결되며, 닫히면 내부와 일체화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개개인의 선택과 기후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호흡하는 집은 농민들의 기존 생활의 틀을 깨지 않고 같은 조건에서 좀 더 생활의 질을 개선시켜 주기 위한 작은 제안이다.

최우수상

양홍준, 카토 코디, 정경준
하와이대학교 건축대학

잊힌 추억을 찾아서

역사적 축 _ 6m 도로가 건설되면서 더 이상 서로 연결되지 않는 폐교된 학교의 건물군들을 2010년 역사적 축으로 재정했다. 화재의 흔적과 철거된 내부 벽들, 관리 없이 무성하게 자란 풀들과 이곳에 들른 누군가가 그린 벽화, 그리고 방문 흔적들이 쓸쓸하기만 하다.

감각의 매개체: 흙 기둥 _ 역사적 축 선상에서 역사적 잔재와 어우러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결합은 건축, 조경, 조형을 융합시키는 감각의 매개체가 된다. 이 매개체를 통해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을 지닌 대지의 장소성에 상응하는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 본 설계안의 주목적이다. 대지 내 흙과 화재로 인한 재로 구성된 시간의 켜에 주목해보자. 이 시간의 켜는 과거 학교 건물군들의 추억을 이끌어내는 건축적 장치가 된다. 그리고 대지에 오랜 기간 동안 잠들어 있던 흙과 재를 흙 기둥으로 환원시킨다. 흙 기둥을 통해 대지 안에서 재구성되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바람은 새로운 랜드스케이프의 구성 요소가 되며, 잊힌 추억의 정원을 구체화시킨다.

입체적인 장소성을 위한 실용 프로그램 _ 이 역동적인 디자인은 두 가지 동시적 실험을 통해 발전되었다. 디지털 건축의 장점인 스크립트와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흙 기둥의 이상적인 지름들과 배치 패턴들을 찾아보았고, 이와 동시에 대지의 흙, 대나무, 그리고 수지(resin)를 통한 물리적 실험을 통해 재료의 물성을 대지의 프로그램에 적용시켜 보았다. 대지의 흙, 대나무, 그리고 수지의 융합은 빛의 변화와 바람의 관입에 따른 시각적 투명성, 반투명성, 그리고 불투명성 사이에서의 감각적 경험을 이끌어 냄으로써 구조와 빛 그리고 투명성 사이의 밀접한 상호관계를 형성한다. 반투명한 수지 슬라브는 낮 동안에는 평온한 동질감으로, 밤 동안에는 고요하며 웅장한 빛으로 대지의 장소성을 부각시킨다. 잊힌 추억의 정원은 역사적 축 선상에서 대지의 흔적과 상호작용을 이루는 장소가 된다. 역사와 인식, 빛과 물성, 그리고 감각적인 경험이 어우러지는 입체적인 장소성 구축을 제안한다.

우수상

송경하, 송영중, 이광욱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구워 만든 집

공모전의 가장 큰 취지가 자연에 가깝게 짓고 살다가 허무는 것이어서 처음으로 ‘땅’ 을 떠올렸다. 그리고 땅(흙)을 빚어 만드는 도자기를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자연으로의 환원성이 가장 뛰어나고 그 자체로 숨을 쉬는 전통 옹기에 주목했다. 큰 옹기 안에 들어가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방수 기능은 갖추고 숨은 통하니 썩 괜찮을 듯 싶었다.

옹기 가마터를 방문했다. 모든 재료는 마을 안에 널려 있었다. 옹기가 될 수 있는 흙, 흙벽돌, 돌, 나무, 옹기의 파편더미가 훌륭한 재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옹기의 파편더미에 주목했다. 마을 한쪽 쌓여 있는 옹기의 파편더미를 보는 순간,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과 자연으로 돌아가는 옹기의 친근한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재료는 매월 5일씩 불을 지필 때 나오는 전통 가마의 열기였다. 경사진 곳에 자리 잡은 가마는 밑에서만 불을 때도 최상부까지 불길이 고르게 전달되므로, 이 엄청난 열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볼 여지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이용해 고된 일을 하는 장인들을 위한 찜질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잘게 부순 옹기 파편과 옹기토를 섞어 쌓은 뒤 가마소성시에 같이 구워 따뜻한 방을 만들고, 옹기를 묻어 물이 데워지는 온탕을 만들고, 옹기 파편들 사이로 빛과 바람이 통하는 시원한 방을 만들고, 연기를 막기 위한 담을 세웠다.

이제 매월 5일간 가마에 불을 때는 고된 시간 동안에는 따뜻한 방의 바닥과 벽이 후끈한 열기를 품고, 마루 밑 옹기에서는 물이 데워진다. 이곳은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옹기 장인 가족들의 쉼터이자 마을 사람들이 화합하는 작은 공간이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이 땅의 장인 정신을 지켜나가는 솔직한 땀방울들이 무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은 집을 그들을 위한 작은 선물로 바치고 싶다.

박진민, 최은진, 최윤주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나-스케일 하우스

나 스케일? 스케일이라는 말은 한 대상을 이해하거나 그 대상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비율을 지칭한다. 나-스케일 하우스는 나의 삶을 가장 잘 담아내며 내가 사용하기에 적합한 집을 의미한다.

이 집의 재료는 종이다. 종이는 친숙하고 손으로 다루기 쉽다.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진 포장용 종이상자를 이용한다. 상자를 손으로 가공하기 쉽게 잘라 겹치면 강성을 가지게 되며, 홈을 파서 엮으면 설 수 없었던 종이가 집을 구축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긴 부재의 종이를 엮어 틀을 만들고 사용하기 편리한 작은 부재를 그 틀 안에 엇갈리게 끼워 넣으면 2×2m의 면을 만들 수 있는 프레임이 형성된다.

그 면들을 90도로 연결하는 부재, 평행으로 연결하는 부재를 만들고, 채움 부재로 면들을 채워 넣어 벽과 지붕 바닥을 만든다. 틀과 부재 모두 종이로 만들고, 홈을 파 서로 끼워 넣는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 집의 틀에서부터 안쪽 방향으로 종이 부재를 끼워 나가면 가구가 만들어진다. 채움 부재를 끼워 넣는 방법에 따라 입면이 다양해진다.

집은 삶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완성된다. 집에 대한 기억은 평면이나 입면에서 보여지는 기호화된 시각이 아닌, 연속적인 공간의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작은 집 안에서는 사소한 물건 하나도 중요하게 인식된다. 공간은 벽이 아니라 기능을 담은 물건으로 구획된다. 그래서 이 집의 공간을 표현하는 데 물건을 그리는 것이 중요했다. 그 물건은 사용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표현했다.

허물기라는 것이 보통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지만 이 집의 허물기는 이웃과 내가 작별하는 송별회가 될 수 있다. 집은 처음의 종이로 돌아간다. 그리고 삶이 채워졌던 그 집이 사라지고 나면, 이웃들과의 기억과 관계가 남는다.

김성엽, 김지영, 최순혁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홈 있스 홈리스

노숙자 수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여러 방면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노숙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노숙자들은 추위와 배고픔 등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직업 교육을 통해 사회로 재유입되길 원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있으며, 특히 먼저 노숙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편견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둥 사이의 공간 _ 지하보도 기둥 사이 간격은 1.8m로 긴 지하보도에 비해 공간이 좁게 느껴지며, 길게 보았을 때는 열주가 마치 벽처럼 보이도록 촘촘하게 나열되어 있어 보행자가 그 사이를 지나가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자투리 땅에 공간을 원하는 노숙자들이 찾아들게 되었다. 노숙자들이 몸을 뉘기에 안락한 크기다. 그러나 이러한 노숙자들의 유입으로 기둥 부근은 슬럼화되어 시민들이 그 공간으로 접근하는 것을 꺼리게 되면서 동선의 변화가 생겼다.

보금자리 제공 _ 노숙자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함으로써 현재 노숙자들이 점유해 더 넓어진 노숙자의 슬럼화된 영역을 좁혀주며, 그 영역의 질을 높여준다. 이를 통해 변형된 기존 보행자들의 동선을 방해물 없이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다.

사회로의 유입과 결과 _ 동선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뒤 노숙자와 사회가 어떤 방법으로 긍정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서울역 근처 소규모 공방, 갤러리, 미대생 등과 함께 지하도 전체를 문화 공간화해 예술가들과의 직접적인 대화, 전시에 대한 회의, 전시 후 시민들과의 소통이가능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인식과 편견을 깰 수 있다. 이로써 노숙자의 보금자리, 지하보도의 슬럼화, 노숙자의 사회 유입, 세 가지를 해결했다.

특선

서동건, 문지영, 김홍석
부경대학교 건축학부

주거에 대한 아주 오래된, 아주 새로운 이야기

임성환, 유지은
원광대학교 건축학부

인스턴트 하우스

박정욱, 박진규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허물어지기 위한 짓기

박고은, 선진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재개발 지역에 사는 A씨의 집짓기

시덕진, 오재훈
국민대학교,
고려대학교 건축학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