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7월14일 '건물안이 건물밖에 붙었네'

문화  /  2014-11-18 오전 11:32:48



김미리 기자

건축잡지 '공간' 500호 기념 '장소의 기록, 기억의 재현'전(展)

급격한 도시화 속에 한국의 건물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달려왔다. 개발논리에 따라 쉬이 세워지고 쉬이 허물어진 탓에 '추억'을 간직한 건물도 많지 않다. 그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한국의 많은 건물에 대한 작은 위령제이자, 새로운 건축문화에 대한 모색전인 작지만 의미 깊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966년 11월 건축가 고(故) 김수근(1931~1986)이 창간, 우리 건축과 도시에 대한 담론을 생산해온 건축 전문잡지 '공간(Space)'이 500호 발간을 기념해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장소의 기록, 기억의 재현'이라는 주제로 건축사진 프로젝트를 연다

공간 사옥 외벽에 걸린 한성필씨의 사진 작품‘하우 투 라이 위드 스페이스’. 건축가 김수근이 지은 사옥 내부를 찍은 사진들을 조합했다./공간 제공
건축가가 아닌 사진가들이 건물과 공간에 깃든 기억의 편린들을 되살려내고, 이 조각들을 다시 합성·재배치해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건축의 이미지를 재창조해내는 작업이다. 건축전문사진작가 김도균·한성필·강홍구씨 등이 참여해 2차원의 평면 사진에 3차원의 건축을 담아낸다. 이들은 김수근의 작품인 서울 원서동 공간 사옥, 명동 오양빌딩과 김중업(1922~ 1988)이 지은 제주대 구(舊)본관 등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공간 사옥 외벽에서 7일부터 펼쳐지고 있는 한성필씨의 작품 '하우 투 라이 위드 스페이스(How to lie with Space)'는 '안을 꺼내 보여주는 가림막'이다. 김수근이 '어머니의 자궁'에 비유하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간 사옥의 내부 사진이 조합돼 벽면에 내걸렸다. 2층 서재 사진이 2층 외벽에, 3층 작업실 사진이 3층 외벽에 붙어 벽을 뚫고 투시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은 12월 공간 사옥 내 소극장에서 전시돼 일반인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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