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제 09 회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 수상작

-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 -

주제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

아홉 번째 열린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의 심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고와 행동을 유발해 우리 사회가 희망하는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해보자는 의도다. “디자인이 꿈꾸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감각적인 인지 단계를 넘어 사고의 동기를 제공하고,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그들이 속한 사회를 능동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런 견해를 밝힌 문정묵 심사위원은, “이제 디자인은 스스로 살아 있는 개체로서 사회 이상을 꿈꾸고 인공 세계에 수준 높은 철학을 제공, 이를 경험하는 인간에게 삶의 풍요로움을 누리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으로 주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체 응모작을 대상으로 진행된 1차 심사에서 총 11개 팀이 2차 심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최시영 심사위원장은 이들 11개 팀에게 직접 개별적인 조언과 지도를 실행해 2차 심사를 위한 공개 발표의 수준을 높였다. 2009년 10월 21일, 공간 사옥 내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이들 11개 팀의 공개 발표와 시상식이 이어졌다. 대상은 전영훈,유진주(한밭대학교 건축학과)의 ‘A Waiting Space Becomes a Playing Space’, 최우수상은 박미령(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의 ‘Looking through the Cats’ Eyes’에 돌아갔다. 우수상에는 김지선,한송이,한애숙(숙명여자대학교)의 ‘Always Allways’, 안동영(상명대학교 디자인학부)의 ‘Reflect the Thinking’, 강다혜,최정미(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의 ‘Hyo Jea’ 등 총 3개 팀이 선정되었다. 수상작 전시회는 2009년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진행되었다.

<고원석_공간화랑 큐레이터>

심사평

최시영
리빙엑시스 대표

문정묵
상명대학교 교수

이번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내심 학생들의 신선한 생각을 기대한 바 컸는데 아직 많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차 심사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결과물들은 주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많이 부족했다. 주제를 언급한 내용만 보아도 눈길이 갈 정도였다. 학교에서부터 작업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을 훈련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정도의 경쟁력으로는 국제무대에서 이길 수 없다. 어떤 학생은 생각보다 손이 앞서고, 어떤 학생은 생각은 있는데 손이 따라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 두 가지 능력 사이의 불균형을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왜 그렇게 디자인하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보여준 학생들과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몇몇 있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다듬으면 정말 좋은 디자인이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더 크다.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을 것이다. 사회에 진출하면 지금 이 경험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체감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야깃거리와 그것을 풀어내는 감성을 요구한다. 학생들은 자꾸만 지나치게 큰 것에 욕심을 내는데, 정작 필요한 것은 작은 것을 완성시키는 능력이다. 가끔 실내디자인 공모전 안을 보면 이게 건축인지 실내디자인인지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다. 건축의 규모보다 더 작은 단계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공모전 참가작들이 보여준 또 한 가지 문제는 형태에 대한 집착이다. 형태에 쉽게 현혹되고, 그것을 만드는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형태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파고들다 보니 주제를 끼워 맞추는 허점이 많이 보였다. 이것 역시 우리 교육의 문제다. 학교에서까지 서로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시각적인 것으로 쉽게 눈길을 끌려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이런 경향을 거스르는 차별성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더라도 개념에 충실하고 사회적으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에 심사의 초점을 맞추고, 주제에 근접하려는 고민과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줬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부탁하고 싶은 것은, 주제를 너무 크게 잡지 말라는 것이다. 학생이라서 그런 호기를 부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이디어의 크기가 경쟁력은 아니다. 작은 것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훈련을 더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해제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는 합리성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갖게 했고, 세상은 보다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디자인(design)은 산업혁명 이전의 공예에서 발견되던 아우라(aura)를 보다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말이 됐다.

기능적 요소와 상호 보완하는 미적 행위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된 사물의 아름다움은 비교적 수동적이고 관조적 입장에서 기능이나 문화적 요소와는 분리된 모습으로 존재했고, 공간 혹은 실내 디자인은 삶의 기능적 해석에 단순히 부가되는 미적 가치일 뿐, 문화 혹은 기능에 능동적으로 융화되는 대상이 되지 못했다.

모든 사회는 그 시대의 가치 아래 철학을 만들고 이를 따르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조직한다. 그리고 그 철학 속에는 항상 사회가 꿈꾸는 이상이 존재한다. 이제는 디자인이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미적 감각의 관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시대의 사회 가치와 철학을 실천, 사회를 변화시키는 능동적 개체가 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

디자인이 꿈꾸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사람에게 수용되는 감각적 인지의 단계를 넘어 인간에게 사고의 동기를 제공하고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그들이 속한 사회를 능동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디자인은 스스로 살아 있는 개체로서 사회 이상을 꿈꾸고 인공의 세계에 수준 높은 철학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경험하는 인간에게 삶의 풍요로움을 누리게 해야 할 동기가 있다.

2009년 공간대상 제9회 ‘공간국제학생실내건축상’ 공모의 주제는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고와 행동을 유발, 우리 사회가 희망하는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은 공간의 언어를 통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고, 현대사회의 규범 하에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공간적 상상력이 우리 사회를 보다 가치 있는 차원으로 조성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자유로운 공간창작 결과를 기대한다.

대상

전영훈,유진주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A Waiting Space Becomes a Playing Space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따뜻한 정이 있었다. 개인주의가 점점 팽배해지는 지금, 다양한 공간이 발달하면서 삶은 풍요로워졌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생각은 공간에 갇혀버렸다. 인간이 사회를 디자인하던 시대는 가고 디자인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지하철 승강장은 사람이 행동도 생각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대표적인 기다림의 공간이다. 우리는 이곳에 정이 넘치고 다양한 행위가 일어났던 과거 골목의 놀이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무미건조한 공간을 좀 더 재미있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골목 벽의 낙서는 놀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알리는 수단이자 스스로 만든 일종의 디자인이다. 이런 행위에 착안, 아무 쓰임 없는 지하철 승강장 벽에 탄성을 부여해 사람들이 그것을 직접 만지고 그 흔적 자체가 디자인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만지고 눌러서 만든 벽은 흔적으로 남아 사람들이 떠난 후에도 디자인이 되며, 다시 놀이와 행동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새로운 공간이 된다.

최우수상

박미령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

Looking through the Cats’ Eyes

한 아이와 어른이 꽃을 든 여자의 그림을 보고 있다. 어른은 그림 속 여자가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아이는 여자가 든 꽃이 예쁘다고 말한다. 이처럼 다른 눈높이를 가진 어른과 아이는 같은 그림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어른이 된 뒤 세상을 한 가지 시각, 똑같은 시점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양이처럼 능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시점을 제공함으로써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그 시점은 꼭 고양이의 시선만이 아니라 사춘기 소년의 시선,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시선도 될 수 있다.

우수상

김지선,한송이,한애숙
숙명여자대학교

Always Allways

이 공간은세상을 이루는 궁극적인 구조가 점 입자가 아니라 끈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절약한 시간으로 여유를 누리기보다 오히려 시간의 결핍으로 고통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며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은 사회의 한 점으로 존재한다. 우리의 공간은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준다. 사람들은 공간에 들어가는 동시에 공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공간과 접촉할 때마다 자신의 흔적이 시각적인 형상으로 공간에 기억된다. 공간의 진동(심장박동 수)을 통해 사람들은 선적인 공간과 접촉하며 시간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느끼게 된다. 외부 사람들은 타인이 남긴 흔적 위에 또 다른 흔적을 남기며, 그 패턴은 중첩된 형상을 만들어낸다. 개인은 공간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고 공간은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감성적 매개 장치 역할을 한다.

안동영
상명대학교 디자인학부

Reflect the Thinking

나는 공간에 새로운 형태의 일기장을 전시했다. 일기장은 지난날의 그리움과 반성, 미래에 대한 소망과 예상 등 시간에 따른 모든 생각과 경험을 담고 있는 커다란 공간이다. 그런 수많은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기장이 서랍 밖으로 나와 공간을 통해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그곳에 다양한 생각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공간은 다양한 사람이 시간에 따른 목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곳이다. 만약 누군가 그 공간에서 시험 합격을 다짐한 뒤 시험에 통과했다면, 공간의 목적 역시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계획한 공간은 단순히 일기장을 전시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그 공간을 경험한 사람은 다양한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레코딩 스페이스(Recording Space)’는 개개인이 원하는 현재의 생각을 미래에 반영할 수 있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강다혜,최정미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Hyo Jea

어렸을 때 공원에서 동전 던지는 놀이를 할 때면 항상 이 동전은 어디로 갈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효제에서 동전을 던지면 연못물은 피라미드 아래로 흘러든다. 일상의 휴식 속에서 진행되는 이런 놀이 같은 기부 행위는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 속으로 녹아든다. 아직 기부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우리에게 효제는 금액보다 그 행동 자체를 친숙하게 만드는 데 의미를 둔다.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던 허구의 대상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실제적인 대상으로 치환된다. 나와 주변의 안위를 위한 소망이 이타적인 영역까지 포함하는, 한 방향에서 쌍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난다. 동전 던지기와 같은 작은 행동을 통해 사람들은 미미하게나마 자신의 행위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여러 사람의 생각이 모여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입선

권오식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민석기
시카고예술대 실내건축과

Idea Store: Interaction

김희원,이문숙,최은혜
백석예술대학 미술학부

A Natural Park Disguise as a Building

양준영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Detective Space

이가연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Heart ∩ Heart = Music

변고운,김수진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Sloway

정상용,김선화
중앙대학교 주거학과

G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