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제 31 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 수상작

- 건축가와 예술가의 만남 그리고 대화 -

주제

건축가와 예술가의 만남 그리고 대화

건축가와 예술가가 만나서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고 건축 작업으로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건축가와 예술가의 만남 그리고 대화’를 주제로 열린 제31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의 모든 결과가 나왔다.

이번 공모전에는 국내외 대학 총 4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고 미국, 멕시코, 루마니아, 중국, 대만 등에서 여러 학생이 작품을 제출했다. 하지만 1차 심사 결과 해외 학생의 작품보다 국내 학생 작품이 많이 통과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8개 팀 17명이 11월 13일 오후 2시 30분부터 공간사옥 소극장에서 2차 공개심사를 했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시청각적 표현으로 동영상을 많이 사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서도호, 서을호 두 심사위원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심사를 해 어느 때보다 고민이 많았음을 보여줬다. 설치미술가인 서도호와 건축가인 서을호가 심사 기준과 평가 부분이 달랐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발표한 작품에 대해 각각 날카로운 평가를 했다. 대상 1팀, 최우수상 1팀, 우수상 2팀, 특선 4팀, 입선 10팀을 발표했다. 서도호는 “패널 이미지를 봤을 때와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때 많이 달라졌다”며 “참가한 학생들이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고민도 많았다”고 말했다.

서을호는 “공모전의 과제를 부여하면서 ‘과연 나라면 어떤 접근을 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옳고 그름이 없는 배움의 길에 대해 설명하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대상은 노희정・신진호・전소현의 ‘Black Hole: Walk to Remember’에게 돌아갔다. 그들의 제안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 이임춘의 작품 ‘Black Hole’과 그가 창작의 영감을 받은 공간인 대나무 숲을 소재로 선형적이면서도 우아한 조형을 선보였다. 심사위원들은, SNS로 작가와 연락을 취해 직접 만나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간 과정과 예술가의 작품 제작 방식인 캔버스 찢기(tearing art)를 파빌리온 조형 방식으로 재현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공간사옥 소극장에서 계속됐다.

<심영규 기자>

심사평

서도호_설치미술가,

서을호_서아키텍스 대표

서도호(설치미술가)
작가 입장에서, 작가와 건축가가 어떻게 협업했는지 그리고 건축가가 얼마나 작가의 작품을 이해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Ambiguous Boundary’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파악했다. 공간 구성을 평행한 논리로 만들어 디자인한 게 놀라웠다. ‘INSIDE OUT’은 발표가 재미있었다. 모형을 감싼 실리콘을 뒤집는 영상과 개념이 흥미로웠다. 벽이 없는 건물을 지으려고 했던 것은 인상 깊다. 다만, 실제 모형에 유리벽이 들어가며 최초의 의도가 희석된 것 같다. ‘INFINITE PLATES’는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품을 잘 해석했다. 전시장 공간의 극적인 디자인이 좋았다. 꼭 배병우 작가가 아니더라도 회화 작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Black Hole: Walk to Remember’는 수상자의 발표를 보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고 싶어졌다. 찢어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단순하게 풀어서 디자인한 것이 좋았다. 공간을 걸어가면서 시간의 변화나 작품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잘 디자인했다.

서을호(서아키텍스 대표)
건축적으로 얼마나 완성도 있나에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서도호 작가와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패널 이미지 한 장과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결과물을 내기까지 많은 배움이 있었을 것이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갤러리는 조형적인 건축이나 구조물로 보일 수 있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가변성이 있어 참신했다. 베스 칼톤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우수상 수상팀은 아이디어나 논리를 풀어놓은 게 인상 깊다. 하지만 그 개념이 결과물에는 잘 드러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우수상을 받은 배병우 갤러리는 단어들의 나열이 아닌 그 단어로 실질적인 공간을 풀어낸 도전이 엿보였다. 아쉬운 점은 내부는 모두 서정적이며 감성을 울리는 공간이지만 외부에서 접근했을 때 특별한 장치없이 바로 진입하는 것이다. 끝으로 대상 수상작인 이임춘의 갤러리는 놀랍다. 그리 알려진 작가도 아니었고 패널의 이미지와 발표가 많이 달랐다. 직선의 순차적인 시퀀스를 경험하게 하는 과학적인 논리가 있다. 작가의 작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지어진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해제

건축가와 예술가의 만남
그리고 대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은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 미술관에는 각각 독립된 방에 전시되어 있다.

1927년 개관한 오랑주리 미술관의 백수련실은 모네와 직접적인 협업을 통해 타원형으로 설계되었다. 베네세그룹 회장 후쿠다케 소이치로의 수련 컬렉션을 전시 중인 지추 미술관은 안도 타다오의 작품 해석과 이를 표현한 건축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이처럼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을 만들 때, 공간과 예술 작품이 빚어내는 화학적 결합이 일어난다. 우연한 기회로 이어진 인연은 만남을 가져오고 만남은 관심을 낳으며 관심은 대화를 불러일으키고 대화는 또 다른 인연을 만든다. 그 중에서도 대화는 정신적인 조우를 구체화하는 단초가 된다. 우리는 ‘만남’과 ‘대화’를 주제로,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예술가와 이상의 세계를 일깨워주는 건축가. 환상과 이상을 넘나드는 이들의 만남은 현실 속에 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비를 막아주고 추위를 견디게 해주는 현실적 공간 안에 놓이는 예술 작품은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상상 속의 비를 내리게 하고 태양보다 뜨거운 여운을 가슴 속에 남긴다. 이런 사실적 만남은 그 어떠한 공간보다도 3차원 이상의 의미가 살아있다 할 수 있다. 이처럼 둘의 만남이 구체화된다면 예술 작품을 품은 건축이 될 수 있다. 미술가, 철학가, 소설가, 음악가 등 분야를 막론하고 평소에 각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예술가나 그의 특정한 작품, 특정 컬렉션 혹은 수집가를 위한 공간을 설계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 또는 작품과의 심도 깊은 이해와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이 결과는 예술가의 기념관, 미술관, 혹은 그를 위한 공간적인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건축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조경(정원, 공원, 광장 등)이나 시각예술(가구,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철학, 문학, 미술, 음악 등을 탐구한 결과를 실제 작업으로 만드는 것. 사람과 사람, 작품과 사람, 공간과 작품 등 수없이 교차하는 인연과 깊은 대화를 거쳐 새로이 탄생할 작품의 세계를 이번 공간국제학생건축상을 통해 만나길 바란다.

<서도호, 서을호>

대상

노희정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신진호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전소현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Black Hole: Walk to Remember

이 작업은 테어링아트의 영감의 원천인 대나무 숲 속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작품 감상의 공간뿐만 아니라 작품을 통해 대나무 숲에서 작가가 경험했던 영감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임춘은 위계질서로 이루어진 사회를 하나의 우주라 생각하고 그 사회 속에서 힘없는 개인을 우주 속의 무수히 많은 먼지 중 하나로 보아 그 모습을 작품 ‘Black Hole’에 투영하였다. 대나무 숲에 위치한 갤러리는 주변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공간으로 구현돼 감상하는 이의 시야에 작품이 가득 차도록 복합 곡면에 작품이 전시된다. 그 속에서 사용자는 작가 가치관의 피사체가 되어 ‘거대한 조직사회 속의 나’를 구현한 작품과 공감을 이룬다.

자연스러운 변화로 유도된 오브제의 바닥은 기존 차원을 넘어 공간이 되고 새로운 위상학적 변이공간으로 구성된다. 관람자에게 행위를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운 길의 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의 변화를 통해 이용자가 대나무 숲을 둘러보며 걷고, 작품을 바라보며, 벽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벤치에 앉기도 할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체험하지 못한 다양한 공간 전이와 시차원을 넘나드는 감각의 공유로 작가와의 정신적 교류가 있고, 본래의 오솔길로 나갈 수 있게 새로운 차원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연속적인 요소이다. 기존의 대나무 숲길에 오브제를 통해 새로운 길을 조성하여 환유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에 오브제는 가장 강한 작가의 메시지를 담는다.소멸, 망각과 안정을 위한 태움공간의 수행(修行)과 같은 체험은 이념의 충돌이 빚어낸 분단의 장소를 평화를 향한 플랫폼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창의적인 제안이라 본다. 대상 부지로 토교 저수지를 선택하여 보행 경로와 머무는 공간의 장소적 체험을 적절하게 설계한 점이 우수하다.

구조물의 상세한 제안, 거리에 대한 보행 시간의 검토 등 공모전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에 대한 충실도와 설계의 완성도 또한 돋보인다.

최우수상

김향신
국민대학교 회화전공

Ambiguous Boundary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는 쿠바에서 태어나 뉴욕으로 이주한 제3세계 이민자이자 성소수자다. 그의 연인이었던 로스 레이콕의 에이즈로 인한 죽음을 경험했고 자신도 에이즈 환자로서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 그런 그에게 소멸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의미한다. 작가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으로 작품의 원본을 파괴하고 작품 명세서를 제작했다. 물리적 원작의 개념을 파괴한 대신에 큐레이터와 관객이 작품에 개입하고 재구성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조형 요소를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작품에 관객이 참여하여 끊임없이 변형, 파괴되는 것이 그의 작품 방식이다. 끊임없이 채워지는 재료와 관객에 의해 확장되는 작품 해석은 영원성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관객을 참여시키는 작가는 관객을 관객으로 보기보다는 주체인 작가와 함께 작품을 완성시켜나가는 존재로 본다. 또한 미술관은 이제 더 이상 작가의 자아와 욕망을 쏟아붓는 독자적 공간이 아니며 그곳의 작품을 완성하는 주체가 작가만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와 관객, 주체와 타자가 이상적으로 공존할 수 있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의미의 변화를 겪는 진정한 영속성을 지닌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파괴와 소멸로 영원성을 보장받고자 했던 그의 작업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 안에서 무수한 공간을 형성하고, 그 과정의 반복으로 공간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경계가 모호해진 공간은 열린 공간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열린 공간은 관객의 참여로 더욱 가속화되어 영원성을 보장받는 무한한 공간이 된다.SA 내 시설물 사용 시간과 동선 분석을 토대로 관광 산책적 경로를 제안했다.

분단 현실을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하여 세계인들을 향한 평화통일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장소로 JSA를 제안했다. 의미가 있는 현실성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시간과 사람의 움직임, 재료 변화의 역동성이 구축물의 형태로 표현된 점이 우수하다. 하지만 평화정신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생성될 수 있는 내면의 경험을 주도하는 장소는 적극적으로 제안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우수상

권현철 + 송주연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INSIDE OUT

사진작가 베스 칼톤은 음식의 단면을 촬영한다. 일상에 속해 있지만 실제 경험하지 못하는 내부의 모습을 보여줘 새로운 시각적 흥미를 유발한다. 건축의 공간은 벽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안과 밖으로 구분된다. 건축에서 그의 작업처럼 건축물의 단면을 보거나 또한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단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를 겉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것을 다르게 해석하면 우리는 옷을 뒤집어서 벗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건물을 옷을 뒤집어서 벗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보여준다.

건물의 외피는 내부가 되고, 내부공간은 외부에 노출된다. 하지만 예술은 작가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환상적 사고의 산물이다. 반면 건축은 논리와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에 건축에 새롭게 적용시키기 위한 방식이 필요하다. 압구정동은 한국과 서울에서 가장 강력한 경계를 갖고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과의 교류를 꺼린다. 이곳은 마치 단단한 건물의 경계처럼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또한 외부공간은 그들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의 공간으로 전락해 있다. 뒤집기를 통해 전시의 대상에 불과한 건물의 입면은 건물 내부의 전시공간이 된다. 그리고 내부의 공간은 외부로 돌출되어 도시와 소통하며 경계를 허문다.

이 과정을 통해 압구정동 특유의 강력한 경계를 해소한다. 뒤집혀 돌출된 내부와 도시는 하나가 되고, 입면은 도시를 위한 전시장이 된다.지 않는 다리를 차단했다. 가시적이지만 현실적 보행이 가능하지 않게 차단하여 영원히 분단을 기억하게 하는 기념의 장소로 제안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수중 하이라이트 공간을 위한 건축디자인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축을 위한 기술적 제안의 부재는 아쉬운 점이다.

김예은+김지현+성기현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INFINITE PLATES

배병우는 한국의 정서가 담긴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가다. 그의 대표 작품인 ‘소나무’는 물안개 속의 구불구불한 소나무들을 마치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사진으로 나타낸다. 동서양을 떠나서 소나무는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다가간다. 작품 안쪽에는 빛이 가득한 공간이 있으며, 그곳은 소나무 숲으로 끝없이 채워진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사진의 프레임이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공간을 열어준다고 보았다. 무한의 공간은 흑백의 사진 속에서 안개와 빛, 짙은 소나무로 표현되고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배병우 작가의 작업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가상 대화를 통해 작품과 소통하는 공간을 나타내고자 했다.

‘INFINITE PLATES’는 ‘소나무’를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품의 특징을 극대화하여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작품 속 ‘소나무 숲’의 연장선으로 작품에 깊이를 주는 천장의 곡선과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이끄는 벽의 곡선은 무한공간과 일체화된다. 그러면서 작품은 단순한 평면을 넘어 3차원의 공간으로 느껴진다. ‘소나무’ 작품은 빛의 켜 너머의 벽에서 전시되면서 작품 속 무한의 공간이 더욱 극대화된다. 이렇듯 배병우 작가에 대한 이해와 대화, 작품의 의미를 통해 작품과 공간은 또 하나의 완결성을 가지게 된다.

특선

왕웨이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Sequence of Emotion

김지용+유창석+정다운
경북대학교
건축토목공학부

VIEKIM

이가희+하나연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ETERNAL CANVAS

손다솔+정보운
경북대학교
건축토목공학부

ARuS Gallery